시퀀스 최다 후기의 위엄 <오므오트> 🍵 시퀀스가 매주 월요일마다
감도 높은 경험을 엄선하여 소개해드립니다.
고유한 맥락과 세심한 감각이 담긴
시퀀스만의 큐레이션을 확인하고
이번 주말, 소중한 사람과 함께 경험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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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시퀀스는 푸릇한 서울숲 입구에 위치한 '오므오트'입니다. 오므오트는 한국 차를 중심으로 다채로운 차의 면모와 경험을 제안합니다. 시즌마다 새로운 테마를 두고 잎차와 꽃차, 다양한 대용차를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함께 선보이죠. 2023년에는 ‘화폐’를 테마로, 화폐 속 인물과 다양한 상징물에 대한 이야기를 차와 함께 풀어내고 있습니다. 일상적이기에 더 몰랐던, 그래서 더 놀라운 가치를 전하는 오므오트를 시퀀스에서 만나보세요.
💡 추천하는 이유
- 새로운 방식의 트렌디한 다도 문화를 제안합니다.
- 차의 맛과 향뿐만 아니라 공간의 음악, 온도까지 세심하게 구성해 오감을 자극합니다.
- 잎차, 대용차, 꽃차, 디저트까지 알찬 구성으로 한국 차를 색다르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에디터 코멘트
- 눈으로 한번, 코로 한번, 입으로 또 한번 경험하며 차의 오묘함을 새롭게 발견했어요. 공예품에 담긴 차는 그 자체로 특별했지만, 차를 우리거나 따를 때마다 놀라움을 주는 퍼포먼스는 정말 독보적이에요. 차와 예술의 만남, 꼭 경험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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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NC #004] 오마카세 그 이상, 독보적 티 세레모니 <오므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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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유행했던 '오마카세'가 음료와 디저트 분야로 옮겨오고 있다. '디저트 오마카세', '티마카세' 등 서울 곳곳에 생겨나는 티 하우스에서는 각기 다른 경험을 선보인다. 대부분의 티 코스는 유럽의 유명 차 브랜드나 중국 차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한국은 차를 재배하고 생산하는 나라지만, 정작 '한국의 차 문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흥미로운 스토리텔링과 퍼포먼스를 곁들여 한국 차를 소개하는 오므오트는 문화예술의 최전선에 있던 두 대표의 감각이 녹아있다. 한국 차에 관한 이야기를 발굴하고, 감각 경험을 극대화하며 차는 물론이거니와 일상 속 ‘음료’를 재발견하게 만든다. 다채로운 가능성을 간직하고 있는 한국 차 문화를 가장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이곳, 오므오트의 김혜진∙김현용 대표를 만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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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므오트를 소개해 주세요.
김혜진 ‘오므오트’라는 이름은 ‘ON MY OWN TIME (온전히 나만의 시간)’과 ‘OUT OF MANY, OUR TEA (많은 차 중에 우리 차)’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한국 차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 티 세레모니를 운영하죠.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보리차, 옥수수수염차 같은 대용차를 쉽게 접하는데, 쉽고 일상적이기 때문에 차의 가치를 제대로 알기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 브랜드 슬로건 “익숙함에서 오는 권태로움으로부터 가치의 재발견”은 바로 그런 맥락에서 만들었죠. ‘일상적이기 때문에 잘 몰랐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공간은 차와 가장 대비되는 요소들로만 구성했어요. ‘차'하면 자연적인 이미지만 떠오르니, 정반대로 가보자고 생각했죠. 일부러 금속 재질의 가구를 배치하고, 테이블 위에 가죽을 올리는 식으로요. 다기 대신 사발이나 와인잔, 와인 디캔터 같은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며 차를 새롭게 바라보려고 해요.
어떤 경험을 거쳐서 오므오트를 열게 되셨나요?
김혜진 전공은 패션인데 졸업 후에는 마케터, MD로 일했어요. 함께 일하는 김현용 대표는 배우를 준비했었고요. 처음부터 차를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20대 후반쯤 슬럼프가 크게 왔었을 때 본가에 갔는데, 엄마가 차를 끓여주셨어요. 원래 집에서 생수 대신 보리차나 결명자차처럼 뭔가를 끓여 마시는 문화가 있었거든요. 밥 먹고 차를 마시는데 문득 너무 좋더라고요. 그때부터 조금씩 차를 마시러 다녀봤죠. 여기저기 다녀보니 한국 차는 항상 유자차, 쌍화차만 있고 중국, 스리랑카, 대만에서 온 차가 훨씬 많았어요. 부산이나 제주는 지겨워졌을 때라 다원 위주로 여행을 다니며 공부하게 됐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용차*를 차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차를 공부해 보면 보리차나 오미자차는 ‘차’는 아니거든요. 그렇지만 우리는 한국 차를 다루는 티 하우스이니 그런 엄격한 구분과 관계 없이 잎차, 대용차, 꽃차, 디저트 구성으로 짜보자고 생각했죠.
* 대용차: 차 나무의 잎으로 만든 차를 제외한 모든 기호 음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녹차, 홍차 등은 차 나무의 잎으로 만든 ‘차'이고, 이외의 차는 모두 대용차라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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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세레모니를 조금 더 소개해 주세요.
김혜진 저희는 다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어요. 차를 큐레이션 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차를 둘러싼 비하인드 스토리나 다기로 사용하는 공예품에 관한 이야기도 함께 전달해요. 그래서 ‘오마카세' 가 아닌 ‘세레모니'로 표현하죠. 차에 대한 종류와 정보를 전하는 것이 일반적인 클래스지만, 오므오트에서는 차에 대한 경험, 체험 위주로 진행돼요. 2021년 여름에 오픈했는데, 처음에는 패션처럼 S/S, F/W로 구분해 운영했어요.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한국적인 스토리텔링을 가미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2022년에는 24절기를 3개의 구간으로 나누어 진행했어요. 얼마 전까지 선보였던 ‘화폐 시즌’의 첫 프로그램은 천원권, 만원권이 주제에요. 지폐 속 인물과 그림을 차와 함께 엮어서, 익숙했던 것을 낯설게 볼 수 있도록 했죠.
김현용 티 세레모니는 다도의 직역 표현이기도 해요. 이야기와 작은 퍼포먼스를 함께 보여드리는 구성이기 때문에 클래스, 코스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아요. 프로그램을 구성하다가 더 깊게 깨달은 건 저희가 차를 전달하는 입장이라는 것이었어요. 이 모든 완성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며 스토리텔링 하는 것 자체가 세레모니를 하는 느낌이기도 해요. 퍼포먼스는 테마에 따라 조금 달라지긴 하는데, 체험과 경험, 스토리텔링까지 모두 퍼포먼스죠. 차를 우릴 때 다기 대신 와인 디캔터를 사용한다든지, 연꽃차의 잎을 펴는 모습이라든지, 기존의 차 마시는 법과는 완전히 다른 방법을 제안해요. 약연*을 사용해 차를 갈아드리거나, 드라이아이스를 활용하기도 하죠. 예전에 해남 시즌에서는 구성 중에 녹차가 있었는데, 첫 잔은 우리는 법을 알려드리면서 그냥 마시고, 두 번째 잔은 우려서 밥에 말아 먹고, 찻잎도 무쳐 먹었어요. 많은 분이 차 자체가 정적이고, 예의를 지켜야 하는 어려운 문화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오므오트는 조용하면서도 너무 무겁지 않게 가벼운 농담과 함께 차를 내어드려요. 차라는 메인 주제를 오롯하게 느낄 수 있게 음악이나 향 같은 다른 요소들도 방해되지 않도록 신경 쓰죠.
* 약연: 약재를 가루로 빻거나 즙을 내는 도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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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스토리가 있다면요?
김현용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인들이 다원을 관리했었는데, 일본 딱지를 붙여서 유통하고 판매했대요. 그때 이한영 선생이 ‘백운옥판차'라는 최초의 차 상표를 만들었어요. 힘들었던 시기에 우리나라 차 문화가 한 사람에 의해서 계속 이어지는 것들을 알아가고, 많은 분에게 소개할 수 있다는 게 인상 깊었어요.
김혜진 강진에 정약용 선생 유배지가 있는데요. ‘다산(茶山)'이라는 호처럼 실제로 차를 즐겼다고 하고, 18년 동안 연구했던 것이 한국 차 문화, 한국의 제다법으로 내려오고 있어요. 사실 중국 차가 좋다고 많이들 말씀하시는데, 그건 대륙이 넓어서 다양한 차 나무가 나오기 때문이에요. 같은 차 나무라도 지역이나 제다법에 따라 맛이 다르고, 중국은 대엽종과 소엽종이 모두 자라니 만들 수 있는 차의 종류가 많을 수밖에 없어요. 우리나라는 소엽종 하나로 6가지 차를 만드는 것이고요. 그런데도 세계 차 품평대회에서 녹차, 발효차 부분에서는 한국 차가 수상했어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주 뛰어난 거죠. 예전에 강진을 테마로 한 티 세레모니에서는 이런 이야기도 곁들였어요.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 쓰세요?
김혜진 조화요. 스토리텔링이나 브랜딩을 위해 인위적으로 뭔가를 추가하고 싶지 않았어요. 인위적으로 애쓴 것이 손님에게 전달되면 공감대를 끌어낼 수 없거든요. 공기나 차의 온도, 공간의 향, 차와 어울리는 다식, 다음 차의 온도나 맛까지 전체적인 조화를 신경 써요. 예를 들어 여름에는 찬 음료가 나가는데, 냉침차, 따뜻한 차, 미지근한 차, 차가운 차 순으로 구성해요. 저희가 사소한 것의 조화를 민감하게 느껴요. 저희의 동선, 발소리, 부엌의 물소리까지 컨트롤하죠. 덕분에 새로운 경험이라는 피드백이 많아요.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잘 몰랐던 이야기를 듣는 게 좋았다고 하는 후기가 대부분이에요.
김현용 아무래도 제가 팽주*인만큼, 우리나라의 이야기들을 차로 풀어나가고 있는 부분을 가장 신경 써요. 올해 시도하는 ‘화폐’라는 테마는 평소에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의 역사나 숨은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사물이니 우리 전통 차와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서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기를 바라요. 조명이나 공간의 분위기 때문에 그런지 작은 퍼포먼스여도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다는 후기도 많죠. 그리고 김혜진 대표의 말처럼 공간을 채우는 것들도 많이 신경 써요. 프레쉬한 계열의 향을 활용해 지하 층의 단점을 없애면서도, 차의 향을 즐길 때는 방해되지 않도록 하죠. 음악도 국악의 새로움을 발견하게끔, 가야금을 중심으로 다른 국악기와 백색 소음을 차용해 만든 것이고요. 총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티 세레모니의 4가지 코스에 맞게 함께 흘러가죠. 저희가 사용하는 다기도 대부분 공예 작가님과 함께 협업해 제작하는 작품이에요.
* 팽주: 찻자리의 주인. 차를 끓여 손님에게 대접하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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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험을 ‘감도 높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김혜진 요즘은 워낙 새로운 공간이 많고, 사람들이 호기심 있게 방문할 만한 곳들이 많은 것 같아요. 감도를 가르는 차이점은 소비자에 대한 배려, 호스트의 전문가다운 태도일 것 같아요. 브랜드에서 제공하는 것을 손님이 얼마나 이해하는지, 공감을 일으키는 정도 등의 조건도 갖춰져야겠고요. 손님이 방문했을 때 불편하지 않게 배려하는 것, 그리고 팽주의 프로페셔널함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김현용 감도 높은 경험을 전달하는 공간이 오감을 만족할 수 있어야 해요. 감도가 높다는 건 모든 것들이 잘 어우러지는 경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희도 차의 맛이나 향뿐만 아니라 플레이팅, 음악, 향, 다기까지 모든 것을 세심하게 고려하면서 최대한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기획하고 있어요.
오므오트를 통해 전하고 싶은 가치가 있다면요.
김혜진 차를 잘 몰라도, 나한테 맞는 차, 혹은 뭘 마셔야 하는지 선택이 어렵지 않게 만들고 싶어요. 한국 차의 장점은 대용차라고 생각해요. 술 마신 후에는 헛개나무 차를 마시듯이 대용차에는 다양한 약리효과가 있으니까요. 사람들이 술이나 담배가 아니라 차를 통해서 일상에서 편안한 삶을 살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대용차가 평가절하되거나 유행처럼 소비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직 블렌딩 되지 않은 원물이 진짜 많거든요. 옥수수수염차라든지, 이렇게 계속 비슷한 것만 출시되는데 저희는 저희만의 색깔로 시그니처 티를 만들고 싶어요. ‘이런 차가 우리나라에도 있구나’ 하는 놀라움을 전하고 싶어요.
김현용 저는 한국 차의 가치가 높다고 생각해요. 영국에는 티 타임 문화가 있지만 차가 재배되지 않는 나라거든요. 차를 수입하더라도 문화는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거죠. 반대로 한국은 차가 재배되고 생산되지만, 한국의 차 문화는 찾아보기가 어려워요. 그런 부분에서 차 문화의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요. 차의 약성, 효과도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이 생활에서 편안하게, 맛있게 즐길 방법이나 기호성에 맞춰서 풀어나가고 싶어요. 차를 잘못된 방법으로 마시며 ‘맛없다’, ‘쓰다’는 편견을 갖고 계시는데 이런 부분에서부터 제대로 된 경험을 주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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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오므오트의 티 세레모니를 즐기는 꿀팁을 알려주세요!
김혜진 저희가 티 세레모니 시작 전에 딱 한 마디를 드려요. ‘기존의 차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일상생활을 잠시 접어주시고, 이 시간을 즐겼으면 좋겠다.’ 저희는 차의 경험이 메인이기 때문에 ‘차를 이렇게 왜 마시지?’ 라고 생각하면 반감이 생길 수 있거든요. 한국 차를 가지고 이렇게 재밌게 풀어낸다는 것 자체를 경험해 보시면 좋겠어요. 차의 맛과 향을 위해 짙은 향수나 립스틱 대신 가볍게 와주시면 좋겠어요.
김현용 저희 가이드에 따라 차를 즐겨보시면 좋겠고요. 바로 옆에 서울숲이 있으니, 산책하면서 이완하는 하루를 보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영감을 주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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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코 서울 성동구 서울숲2길 44
본 에디터의 사심을 담아 리스트에 넣었다. 성수동에서 가장 좋은 맛집을 알려달라 하면 이곳 '파르코'를 이야기할만큼 애정하는 곳이다. 파스타, 피자, 리조또 등 음식은 기본적으로 맛있는데, 특히 피자가 제대로다. 100% 나폴리산 Caputo 밀가루를 사용해 화덕에서 구워낸다. 고급진 인테리어가 아니라 이탈리아 중남부 어딘가 시골에 위치한 소담한 피제리아(Pizzeria) 느낌이라 더 좋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느끼한 속을 달래주러 오므오트를 가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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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닐 성수 서울 성동구 아차산로 15-8 2층
많은 분들이 오므오트를 데이트 코스로 찾을 것이다. 늦어도 8시 정도엔 시퀀스가 끝날텐데, 그 다음을 걱정했다면 또 다른 장소를 추천한다. 뚝섬역 1번출구 바로 앞에 위치한 바이닐 성수는 각 자리마다 개별 턴테이블과 헤드셋이 마련된 LP카페다. 입장권은 18,000원에 무료 음료가 포함되어 있다. 좌석 대부분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어 요즘 같은 비오는 날에 가도 좋겠다. LP만이 줄 수 있는 감성을 나누며 연인에게 음악 지식을 자랑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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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프렌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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