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에 님에게 가장에 남는 요가 경험은 언제였을까요?
역시 발리에서의 한달 반이 아닐까 싶네요. 요가를 할 때 다른 생각을 하고 있으면 요가가 아니라는 말이 있는데, 그만큼 요가 동작에 오롯이 집중해야 한다는 말이에요. 저도 사람인지라 요가를 하며 머리가 복잡한 날도 있어요. 발리에서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수련을 시작했고, 날마다 요가 동작을 하며 요가를 일상에서보다 훨씬 깊게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시설이 좋은 곳은 아니었어요. 모두 요가를 배우기 위해 한 공간에서 함께 숙식했는데, 샤워하다가 몸을 헹구려고 하면 가끔 물도 안 나오는 곳이었죠. 배정 받은 침실은 창문이 떨어져 있었고, (동남아시아에서는 일상이지만) 침대 위에 도마뱀이 앉아 있기도 했고요. 저는 벌레도 굉장히 싫어하는데 이런 요소들이 제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영역을 깨뜨리는 순간으로 돌아왔습니다. ‘물이 안 나오네? 그럴 수 있지’, ‘와이파이가 안 터지네?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며 그동안 제가 정말 편안하게 살아왔다는 걸 깨달았어요.
작지만 제게는 거대한 깨달음을 얻고 나니 요가 수련할 때 옆에서 도마뱀이 지나다녀도 괜찮더라고요. 서울에서 그랬다면 소리 질렀을 것 같은데 말이에요. 이런 시간이 쌓이며 나라는 사람을 더 섬세하게 볼 수 있었고, 많은 감정을 내보내며 요가를 수련할 수 있었습니다. 요가에 집중하며 깊게 몰입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무엇이 있을 때 '감도 높은 경험'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많은 생각이 드는 질문인데요. 저는 조금이라도 일상에서 벗어나면서 정신적인 힐링을 느꼈을 때 같아요. 육아를 하다보니 제 생활이 아이와 완전히 분리되기 어려워요. 엄마라서 자녀가 없는 시간에 무언가를 경험할 때 해방감과 동시에 이유 모를 불편함을 느끼거든요. 최근에는 싱잉볼 자격증 수업을 들으며 제 일상에서 벗어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일상에서는 모든 집안일을 마치고, 아이를 재운 다음 집중력을 갖고 요가를 수련할 때 내 안의 평온함을 되찾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자존감을 다시 높여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죠.